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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에 진심인 편

<B의 일기> 감상

by Casey Choi 2023. 3. 19.


최근 바쁘답시고 거의 책을 안 읽었는데 우연히 <탈코일기> 작가가 새 작품을 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커뮤 끊은지가 5년 전인데 당연하지!
단순하고 거친 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그림체는 아니지만 몰입하기 좋은 스토리에 빨려들어가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아래는 그 후기.



우리 사회는 여자에게 좋은 남자 잘 만나서 시집가는 걸 당연하다는 식으로 주입시킨다. 하지만 그게 정말 해답인가? 「B의 일기」는 사회에서 규정하는 정형화된 루트를 따라갈 ‘뻔’한 주인공이 변화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그려냈다.

그 과정에서 가부장제에서 여성에게 강요하는 폭력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현실적인 고증이 잘 느껴졌다. 희생을 기반으로 ‘겉보기 평화’를 유지하는 폭력적인 집안, 외모평가 아래 가려지는 여성의 열정과 재능, 순종적인 며느리를 원하는 시가의 태도, 3대 독자로 떠받들어 자라기만 한 아들... 참 많은 부분들이 우리 사회는 아직 이렇게나 갈 길이 멀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결혼이야말로 그 가부장제를 지탱하는 큰 축이라는 걸 보여주면서 주인공은 결국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가부장제로 편입되지 않는 선택을 한다. 마지막에 자연스럽게 강요된 여성성을 거부하고 탈코르셋을 하는 모습까지, 후련한 결말과 탄탄한 서사는 몇 번을 다시 읽어도 가슴을 울린다.

책에서 특히 인상깊었던 내용은 절벽이 깎여서 평지가 되고, 개척지에 발을 디디는 불꽃이 모여 커다란 불길이 된다는 부분이었다. 이는 비혼이라는 선택이 ‘정상성’ 바깥이라는 점에서 모험처럼 느껴지겠지만 결국 비혼 여성들이 모여 후대 여성들에게 이정표가 될 것임을 암시한다. 아직 과도기인 우리 세대를 기점으로 더 많은 여성들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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